LesliE의 첫 EP인 [TRANSPONDER]는 어쩌면 23년 12월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우연히 파일럿이라는 직업에 관련된 책을 읽다 항공/조종 분야 흥미를 느끼게 된 LesliE의 덕후력이 나타나는 매력적인 EP이다. "Imagination is everything"이라는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LesliE답게 TRANSPONDER라는 주제를 가지고 상상력을 마음껏 펼치며 다양한 시야로 음악을 만들어낸다.
곡의 제목은 시계비행을 뜻하는 1200부터 통신 두절을 뜻하는 7600, 비상선언을 뜻하는 7700으로 실제로 사용되는 TRANSPONDER의 squawk code를 사용했다. EP의 첫 곡이기도 한 0912는 실제 사용되는 squawk code는 아니지만 LesliE가 가장 사랑하는 아티스트인 장국영의 생일이자 LesliE의 생일 하루 전이기도 하다. 잔잔한 피아노 소리가 메인인 이 곡을 처음 트랙에 배치함으로써 장국영에 대한 존경심과 애정, 그의 이름을 물려받은 사람으로서 그와 같이 멋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하는 헌정곡이다.
곡에 담긴 이야기나 의미를 제 3자가 글로 길게 나열하는 것보다는 LesliE가 직접 쓴 각 곡에 대한 소개를 읽어본 후, LesliE가 직접 쓴 가사를 보며 곡을 들어본다면 LesliE가 어떤 모습으로 자기를 표현하려고 했는지 온전히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더 높은 곳 더 멋진 곳으로 날아갈, 언젠가 이루어질 그의 안전한 비행을 응원하며. Ready for Takeoff!
1. 0912(아비정전)
"0912(아비정전)"은 이제는 더 이상 만날 수 없지만, 영원히 제 마음속에 NO.1 배우, 가수이신 장국영 님에게 쓰는 헌정곡이에요. 그래서 이 곡의 영어 제목이 0912(To. Leslie cheung)이기도 해요. 사실 0912는 장국영 님의 실제 생일이고, 제 생일이 0913이라서 그 사이를 엮어 주는 9월 12일의 23시 59분을 제목으로 쓰고 싶었기도 해요.
벌써 눈치채신 분도 계시겠지만, 아비정전은 장국영 님이 출연하셨던 영화 제목이에요. 제 영어 이름이 LesliE인 이유도 장국영 님의 영어 이름이 Leslie라 그걸 제가 물려받았다는 생각으로 제 스스로 지은 거거든요. 그분의 이름을 물려받았다고 생각하니까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고,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어요.
그런 제 마음을 담은 곡이에요. 장국영님께 전해드릴 수 없지만, 언젠가 그를 기억하는 그 주변 분들 왕가위 감독님 혹은 양조위 배우님께 이 노래가 전해질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2. 1200(시계비행)
이 곡은 제가 끊지 못했던 과거의 악연을 끊어내는 이야기예요.
사실, ‘1200’은 TRANSPONDER에서 전송되는 SQUAWK CODE 중 하나인데, 그 의미가 '시계비행'이죠. 시계비행이라는 건, 비행 중에 조종사가 항공기 내부의 계기가 아닌, 외부의 기상 상태와 육안으로 지형을 보면서 비행하는 방식이에요.
이 비유를 통해 제 과거와 연결 지으려 했어요.
학창 시절, 제가 가치관이 확실히 없고 음악에 대한 열정만 가득했던 때, 한 음악 선생님을 만났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분의 말에 많이 휘둘렸던 것 같아요. 그때는 그분과 함께하지 않으면 음악을 할 수 없을 거라고 믿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와, 어린애한테 그런 말을 한다고?"라고 생각이 들 정도니까요.
시계비행을 할 때에는 조종사에게 비행 중 장애물 회피 및 주변 항공기와의 안전거리 유지에 대한 책임이 있어요. 저는 그걸 제 상황에 맞게 해석했어요. 그때 그분의 말에 휘둘리던 상태가 마치 비행기 안에서 계기만 보는 것과 같았다면, 그 후, 위인들의 책을 읽고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자서전, 에세이를 읽으며 키웠던 생각들과 눈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시계비행’은 내 길을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죠.
사실, 비행에서는 계기비행과 시계비행 모두 중요해요. 한쪽만으로는 절대 제대로 비행할 수 없거든요. 하지만 이 곡을 통해서는 제가 제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싶은 거예요. "그 사람과의 인연을 놓았기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고."
3. 7600(통신두절)
이번 EP의 타이틀곡인 '7600(통신두절)'은 호주에 있는 장거리 커플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흔한 말이 있잖아요. 그 말이 우리에게는 절대 해당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우리도 다른 커플들과 똑같은 이유로 끝이 나버렸다 그런 이야기예요. 처음엔 그리움과 애틋함이 전부였지만, 점점 그 감정들이 사라지고 멀어져 가는 걸 느꼈을 때의 그 복잡한 마음들이 중간중간에 나타나는 그린 곡이에요. 결국 우리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았다는 사실이 너무 아프기도 했고, 동시에 그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는 걸 받아들이는 과정을 담은 곡이에요.
4. 7700(비상선언)
이 곡은 과거에 음악을 포기하려고 했던 제 자신에 대한 이야기예요.
‘1200(시계비행)’ 곡 소개에서도 말했듯, 그때 함께한 사람과 함께하지 않으면 음악을 할 수 없다고 생각했었어요. 그 분이 제 장점을 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고, 그 분의 말에 따라가는 게 마치 당연한 것처럼 느껴졌죠.
그 분과 같이 음악을 같이 하지 않게 된 후, 제 자신의 음악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지게 되더라고요. 음악이 무서워지고 그 곳에서 도망치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때 친해진 게 바로 책이에요. 옆에 끼고 살았거든요. 특히 미술 분야에 관심이 생겨서 미술 교양책부터 바스키아 화집까지 구매했었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어느 날, 그림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이 그림을 보니까 이런 음악이 떠오르네? 이런 가사 구절도 떠오르는데?" 음악이 두려워서 도망쳤던 내가 결국 미술을 통해 다시 음악을 떠올리고 있더라고요.
"내가 힘들 때 그림들을 통해 위로를 받았던 것처럼, 과거의 나와 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이 곡 그런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이 곡은 그 경험들을 통해 만든 곡이에요.
[Credit]
-0912(아비정전)
작사: LesliE
작곡: LesliE
편곡: LesliE
-1200(시계비행)
작사: LesliE
작곡: LesliE
편곡: LesliE, lowtyde
-7600(통신두절)
작사: LesliE
작곡: LesliE
편곡: LesliE, 정성민
-7700(비상선언)
작사: LesliE
작곡: LesliE
편곡: LesliE, roku beats
Recorded & Mixed & Mastered at AUDIOGUY STUDIO
Dolby Atmos Mixed at SOUND360 Studio, Seoul